김미경 변호사는 항상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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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도12199 판결]


"타인에게 자기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송금·이체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인출한 사실에 대하여 횡령죄로 기소되었으나, 사기죄로는 기소되지 않은 사안에서, 원심은 피고인에게 사기 범행을 방조하려는 미필적인 고의가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위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고된 법리에 따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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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2. 앞서 본 법리와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명의 계좌에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명의로 송금된 돈을 소비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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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도18035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되는 은닉행위를 위해 피고인이 교부받은 범죄수익 등인 수표는 불법원인급여물에 해당하여,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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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련 법리


민법 제746조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뜻은, 

그러한 급여를 한 사람은 그 원인행위가 법률상무효임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은 물론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는 데 있으므로, 

결국 그 물건의 소유권은 급여를 받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


한편 민법 제746조에서 말하는 ‘불법’이 있다고 하려면, 

급여의 원인 된 행위가 그 내용이나 성격 또는 목적이나 연유 등으로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ㆍ반윤리성ㆍ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급여가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이루어졌지만 이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


2.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공소외 1은 액면금 합계 19억 2,370만 원인 수표들(이하 '이 사건 수표‘)을 현금으로 교환해 달라고 공소외 2에게 부탁한 사실, 

② 이 사건 수표는 공소외 3, 공소외 1 등이 불법 금융다단계 유사수신행위에 의한 사기범행을 통하여 취득한 범죄수익이거나 이러한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이하 합쳐서 '범죄수익 등')인 사실, 

③ 공소외 2는 공소외 4를 통해 수표 교환을 의뢰할 상대방으로 피고인을 소개받은 사실, 

④ 피고인은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면 그 대가로 2,0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 사건 수표가 범죄수익 등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교부받아 공소외 5를 통해 그 일부를 14억 원에서 15억 원 가량의 현금으로 교환한 사실, 

⑤ 피고인은 공소외 6, 공소외 7과 공모하여 아직 교환되지 못한 수표 및 교환된 현금 중 18억8,370만 원을 임의로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은 원인행위는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고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으로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형사 처벌되는 행위, 

즉 거기에서 정한 범죄수익 등에 해당하는 이 사건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여 그 특정, 추적 또는 발견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은닉행위를 법률행위의 내용 및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


한편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마련하고 범죄수익의 몰수ㆍ추징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특정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로서, 

특정범죄를 직접 처벌하는 형법 등을 보충함으로써 중대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형사법 질서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에 비추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의하여직접 처벌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계약은 그 자체로 반사회성이 현저하다.


뿐만 아니라 형벌법규에서 금지하고 있는 자금세탁행위를 목적으로 교부된 범죄수익 등을 특정범죄를 범한 자가 다시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그 범죄자로서는 교부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범죄수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되어 자금세탁행위가 조장될 수 있으므로, 

범죄수익의 은닉이나 가장, 수수 등의 행위를 억지하고자 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입법목적에도 배치된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범죄수익 등의 은닉범행 등을 위해 교부받은 이 사건 수표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물건에 해당하여 그 소유권이 피고인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중 교환하지 못한 수표와 이미 교환한 현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공소외 4와 피고인 사이의 이 사건 수표에 관한 위탁관계는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일 뿐 다른 범죄행위에 사용하기 위한 자금으로 교부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수표가 범죄수익에 해당하여 그 교부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위탁관계의 내용에 따른 이 사건 수표의 교부 자체가 반사회질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교부행위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불법원인급여와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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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관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신임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1도262 판결,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동일인이라 할 수 없으므로 1인 주주나 대주주라 하여도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임무위배행위를 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고, 회사의 임원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에는 이로써 배임죄가 성립하며, 위와 같은 임무위배행위에 대하여 주주의 양해를 사실상 얻었다고 하더라도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도4857 판결,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7027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1764 판결 등 참조).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없고, 행위자가 가사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과 취지가 법령이나 사회상규에 위반된 위법한 행위로서 용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영향이 없으며, 금융기관인 회사가 대출을 함에 있어 대출을 받는 자로부터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된다(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도3524 판결 등 참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주식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방지하고 성실하게 주식회사를 위하여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므로, 대표이사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자신이나 타인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처리함에 따라 주식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표이사로서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식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배임죄에서의 임무 위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5655 판결,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도11382 판결,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도5337 판결 등 참조).


업무상배임죄에 있어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며,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도5742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298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한편 일단 재산상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취득하였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712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1526 판결 등 참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이란 거기에 열거된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불법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말하는데,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이득을 실현한 것인지 여부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도1859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243 판결 등 참조).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업무상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522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4446 판결 등 참조).


사기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고 함은 타인의 물건을 일시적으로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까지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반드시 그 물건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의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66. 3. 15. 선고 66도132 판결 참조). 또한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ㆍ보전하려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대법원 2000. 2. 8. 선고 99도3982 판결,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도214 판결,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도237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배임죄에 있어서 불법이득의사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 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한편,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므로, 경영자의 경영상 판단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구체적 상황과 자신의 역할·지위에서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면 그에 관한 고의 내지 불법이득의 의사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4464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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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도2754 판결]


"질병 숨기고 보험 가입하여 보험금 수령 : 사기죄의 기수 시기는 언제인가"


2심 -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고 면소 판결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또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보험회사가 보헙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3심 - 2심 파기환송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1. 공소사실의 요지


B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이고, A씨는 1996. 12. 20.경부터 1997. 6. 30.경까지 S회사의 보험모집인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B씨의 딸이다.


사실은 B씨가 1997.경 ○○병원에서 당뇨병과 고혈압 등으로 치료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그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 왔고, 1996. 12. 20.경에는 A씨를 통하여 S회사와 여성암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1997. 9. 29.부터 1997. 10. 21.까지 23일간 당뇨병 입원 치료를 사유로 위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청구를 하여 보험금 60만 원을 수령하는 등 1997.경부터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였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B씨의 위와 같은 질병 사실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금을 타내기로 마음먹고, 1999. 12. 3.경 광명시 이하 불상지에서, P회사의 보험모집인 J씨를 통하여 A씨가 보험계약자로,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 1)에 가입하면서 개인보험계약 청약서 작성시 회사에 알려야 할 사항란의 ‘최근 5년 이내에 아래와 같은 병을 앓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 중 당뇨병과 고협압 항목에 대하여 마치 질병이 없는 것처럼 ‘아니오’ 부분에 체크를 한 후 이를 진실로 믿은 피해자인 P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같은 방법으로 A씨를 보험계약자,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 2)에 가입하였다.


피고인들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P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소위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인 2002. 12. 6. A씨는 피보험자인 B씨의 ‘○○병원에서 고혈압, 대동맥해리, 당뇨로 54일간 입원 치료’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보험금 청구를 하여 보험금 9,610,000원을 수령하는 등 그 무렵부터 2012. 1. 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위 2건의 보험과 관련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보험금 118,050,000원을 수령하여 이를 각 편취하였다.


2. 2심 판결


보험계약자가 기왕의 질병을 숨기고 보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보험자가 상법 제651조 또는 보험약관에 정한 바에 따라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민법에 의하여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하지 않는 한 당해 보험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바, 

A씨가 1999. 12. 3.경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관하여 청약을 하고, 그 무렵 P회사가 이를 승낙하여 보험계약이 성립되고, 최초의 보험료를 지급함으로써 피고인들의 P회사에 대한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로서의 권리가 발생한 이상 피고인들이 보험계약 청약과 동시에 한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법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험계약에 따른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들의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표준약관에 의하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하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바, 이처럼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여 더 이상 P회사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된 2001. 12.경에 이르러서는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로서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고소대리인 O씨(현재 P회사의 보험사기조사팀에서 근무)는 원심 법정에서 “B씨가 2002. 12.경 대동맥박리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건과 관련하여 2003. 4.경 피고인들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지만 약관상 해지기간이 도과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당시에는 보험사기를 이유로 한 고소가 활성화 되지 않았고, P회사에 보험사기조사팀이 발족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피고인들을 고소하지 않은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P회사는 그 이후인 2003. 5. 9.경에는 피고인들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의 환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할 것이므로, 그 무렵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관하여 법정추인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1999. 12.경이나 P회사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된 2001. 12.경, 또는 늦어도 법정추인이 인정되는 2003. 5. 9.경에는 피고인들이 사기죄에서 정하는 재산상의 이익으로서의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로서의 권리를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사기 범행의 결과가 발생하여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B씨는 2002. 10.경 대동맥박리로 입원치료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실제로 질병을 이유로 한 입원치료를 받은 다음 보험약관에 따라 입원비 등을 청구한 것으로 보이고, 개별적인 보험금 청구 당시 질병을 가장하여 입원치료를 받거나 과다하게 진료를 받고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는 등 추가로 P회사에 대한 기망행위를 하였다는 사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처럼,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보험계약상의 기본적인 권리를 취득하고, 해지기간 도과 등으로 그 권리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보험금 청구와 함께 추가적인 기망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은 개별 보험금 청구 행위가 별개의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인들이 개별 보험금 청구 당시 ‘과거에 질병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묵비한 것’을 두고 부작위 또는 묵시에 의한 기망행위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으나, 스스로 범죄행위를 시인하지 않은 것을 두고 기망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분히 작위적일 뿐 아니라, 약관상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기간이 이미 도과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늦어도 2003. 5. 9.경에는 P회사가 피고인들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P회사가 착오에 빠졌다거나,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즉, 보험금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행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기 범죄로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을 구체화 내지 실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른 사기범행은 1999. 12.경 또는 늦어도 2003. 5. 9.경에는 이미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그 공소시효가 7년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는 위와 같이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7년이 경과한 2012. 12. 28.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에 의하여 실체적 재판을 하기에 앞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


3. 대법원 판결


(1)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2) 앞에서 본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피해자 P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해자 P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며, 

그 전에 피해자 P회사의 해지권 또는 취소권이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또는 피해자 P회사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이 사건 공소사실 사기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A씨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B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기로 한다(B씨는 재판 중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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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가 저당권이 설정된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키거나, 매도인이 매매 목적물인 자동차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임의로 처분하였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공소사실]


(1) 피해자 메리츠캐피탈 주식회사에 대한 배임의 점


피고인은 피해자 메리츠캐피탈 주식회사에 대한 채무담보로 유니버스와이카운티 버스에 저당권을 각 설정하여 위 각 버스를 담보목적에 맞게 보관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각 버스를 제3자에게 처분하여 소재가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불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2) 피해자 이○○에 대한 배임의 점


피고인은 피해자 이○○에게 이카운티 버스를 매도하기로 하여 중도금까지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록의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가. 사건의 쟁점


(1) 채무담보로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등에 따라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한 채무자가 저당권자인 채권자에 대한 담보물의 담보가치유지・보전의무를 위반하여 임의처분하여 담보가치를 상실시킨 경우, 채무자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위와 같은 위반 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2) 권리이전에 등록을 요하는 자동차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도인이 자동차에 근저당권 설정 등 임의처분한 경우 일반적인 동산에 대한 이중양도와 달리 그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위와 같은 위반행위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음 → 파기환송


(1)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2) 저당권이 설정된 자동차를 임의처분한 경우 배임죄 성립 여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자의 담보물에 대한 담보가치 유지・보전 의무는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 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담보가치 유지・보전의무를 위반하여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고,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3) 권리이전에 등록을 요하는 자동차에 대한 이중양도시 배임죄 성립 여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고, 동산 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위와 같은 법리는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요하는 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 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자동차 등의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록의무에 위반하여 이를 임의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의 결론 : 파기환송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을 전제로 위 각 배임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원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환송한다.